과거 모 방송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추억의 알까기가 부활돼 인기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은 해봤던 단순하고 재미있는 놀이. 요즘은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여 노인정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알까기는 장난스러운 게임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물체의 충돌 현상을 이용하는 것으로 물리의 영역에 속한다. 서울대 물리학과 유인석 교수가 최근 ‘물리학과 첨단기술’(한국물리학회 발간)에 알까기에 담겨 있는 물리 법칙과 알까기 비법을 소개했다. 유교수는 알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정면 알까기’와 옆에서 부딪치는 ‘빗겨 알까기’의 2가지로 나눠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에서는 바둑알 대신 동전을, 손 대신 볼펜 스프링을 이용해 퉁겼다. 그림과 같이 두 동전을 일정한 거리만큼 떨어뜨린 후 모눈종이 위에 놓고 한 동전을 퉁겨 정면으로 충돌하게 한다. 알까기에서 승부의 요체는 자신의 알은 그대로 유지한 채 상대방의 알을 얼마나 잘 맞춰 멀리 내보내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알이 움직인 거리(x2)에 대한 남의 알이 움직인 거리(x1)가 클수록 좋다. 알까기는 초기 속도가 가장 빠르고 점점 속도가 줄어드는 가속도운동이다. 또 퉁긴 알이 자신의 운동에너지를 퉁겨진 알에 전달하는 에너지 전달이 일어난다.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의하면 충돌 직후 퉁긴 알은 바로 멈추고 충돌된 알이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는 충돌할 때 소리 등으로 알의 운동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실험에서 충돌 전후의 운동에너지 비율을 계산한 결과 두 알의 비율은 0.78이었다. 이는 충돌하는 알의 운동에너지 중 22%가 소리 등 다른 에너지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물리법칙에 따르면 정면으로 알을 깔 때 상대방의 알보다 22%정도 가벼운 알을 택하면 유리하다. 바둑알일 경우 최대한 가벼운 알을 고르고 장기알은 가벼운 알로 약간 무거운 알을 공격하는 게 효과적인 셈이다. 다음으로 알을 비스듬히 빗겨서 퉁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빗겨 알까기에서는 충돌한 후 알이 직진하지 않고 운동방향이 틀어진다. 두 알이 중심에서 빗긴 거리를 ‘충돌맺음변수’라고 하며 운동방향이 틀어지는 정도를 ‘쏠림각’이라고 한다. 이상적인 경우 쏠림각은 90도가 되어야 하지만 실제 충돌실험을 하면 대략 74도쯤 벌어진다. 이 역시 충돌시 ‘딱’하는 충돌음 등으로 에너지가 손실되기 때문이다. 벌어지는 각도가 일정한 이유는 운동량 보존법칙을 사용하는 2차원 충돌이론으로 설명된다. 알이 퉁겨지는 각도가 커지게 하려면 충격맺음변수를 크게, 즉 상대 알의 가장자리를 겨냥하면 된다. 유교수는 “실제 알까기에서는 알이 볼록하고 판과의 마찰력도 있으며 손에 힘이 실리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론치와는 차이가 난다”며 “물리공식들을 이해하면 알이 움직이는 정도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까기 실험은 2001년 서울대에서 주최한 수학·과학 경시대회에 출제된 바 있다. 기고 내용은 한국물리학회 홈페이지(www.kps.or.kr)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